우리는 왜 같은 문제로 계속 싸울까요?
· 이승혜 센터장
"분명 지난번에도 이야기했는데 또 똑같아요."
부부가 갈등을 겪다 보면 이상할 만큼 비슷한 문제로 반복해서 다투게 됩니다.
집안일, 육아, 돈, 연락, 시댁과 처가, 생활습관처럼 싸움의 주제는 달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사람 사이에는 익숙한 방식이 반복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사람은 답답한 마음에 더 이야기하려 하고, 다른 사람은 갈등이 커지는 것이 힘들어 대화를 피합니다. 상대가 피할수록 한 사람은 더 강하게 이야기하고, 강하게 이야기할수록 다른 사람은 더 멀어집니다. 두 사람 모두 관계가 좋아지기를 바라지만, 어느 순간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 문제는 ‘무엇으로 싸우는가’만이 아닙니다
부부갈등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지게 됩니다.
“당신이 먼저 화냈잖아.”
“내가 왜 화냈는지는 생각 안 해?”
“당신은 항상 그래.”
“그러는 당신은?”
갈등이 깊어질수록 대화의 목적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에서 자신의 입장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바뀌기 쉽습니다. 하지만 부부상담에서는 누가 더 옳은지를 판단하는 것보다 두 사람이 갈등할 때 어떤 상호작용이 반복되는지를 중요하게 살펴봅니다. 남편이 잔소리하기 때문에 아내가 피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내가 피하기 때문에 남편의 잔소리가 더욱 강해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관계에서는 원인과 결과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습니다. 서로의 반응이 다시 상대방의 반응을 만들어내면서 하나의 순환을 형성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누가 시작했는가’를 찾는 것보다 ‘우리 사이에서 무엇이 반복되고 있는가’를 발견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 됩니다.
■ 말보다 그 아래의 마음을 바라보기
반복되는 갈등의 표면에는 화와 비난이 있지만, 그 아래에는 다른 마음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나한테 관심이 없어?"라는 비난 아래에는
'나는 당신에게 중요한 사람이고 싶어'라는 마음이 있을 수 있습니다."그만 좀 이야기해."라는 말 뒤에는
'또 싸우게 될까 봐 두렵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라는 마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당신은 항상 당신 부모님 편이야."라는 분노 아래에는
'나도 당신에게 소중한 가족이라는 것을 느끼고 싶어'라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감정이 격해지면 이러한 마음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자신의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비난하고, 방어하고, 설명하고, 침묵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두 사람은 서로 사랑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다는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 상대방을 바꾸려고 할수록 갈등은 커질 수 있습니다
갈등이 반복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변화시키려고 합니다.
'남편이 조금만 다정해지면.'
'아내가 조금만 예민하지 않으면.'
'저 사람이 먼저 사과하면.'
물론 배우자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상대방의 변화만을 기다리다 보면 관계의 주도권을 온전히 상대에게 넘겨주게 됩니다. 그래서 부부상담에서는 상대방뿐 아니라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봅니다. 나는 불안할 때 상대를 몰아붙이는지, 갈등이 생기면 대화를 피하는지, 인정받고 싶은 마음 때문에 상대를 설득하려 하는지, 혹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먼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내가 반복하고 있는 반응을 알아차리고 조금 다르게 행동해 보는 것이 관계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 잘 싸우지 않는 부부보다 다시 연결될 수 있는 부부
좋은 부부관계는 갈등이 없는 관계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이상 생각과 감정, 가치관이 충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갈등이 생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갈등 속에서도 서로를 잃지 않고 다시 연결될 수 있는가입니다.
화를 내기 전에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상대방의 말에 바로 반응하기보다 그 말 뒤에 어떤 마음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에서 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상대방에게 맞추기만 하기보다 관계 속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나의 감정도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부상담은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정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두 사람이 반복하고 있는 관계의 패턴을 함께 발견하고,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며, 익숙했던 방식과는 다른 관계의 방법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상대방을 잃지 않으면서도 나를 잃지 않는 관계"
비:마인드 심리상담센터는 부부가 서로를 변화시키기 위해 애쓰기보다 자신과 상대를 이해하고, 관계 속에서도 각자가 자신으로 존재하면서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함께하고자 합니다.
나로서 존재하는 곳, 비:마인드 심리상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