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상담은 언제 받아야 할까요?
· 이승혜 센터장
“이 정도 문제로 부부상담을 받아도 될까요?”
부부상담을 고민하는 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입니다.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우리 부부가 그렇게 심각한가?’, ‘조금 더 노력하면 해결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망설이게 됩니다. 반대로 오랜 갈등 끝에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진 뒤에야 상담실을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부상담은 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나빠진 부부만 받는 것이 아닙니다. 두 사람이 노력하고 있지만 같은 어려움이 반복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관계를 함께 살펴볼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 같은 문제로 계속 다투고 있다면
부부가 함께 살아가면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성격과 생활습관, 돈, 육아, 성생활, 원가족, 가사분담처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며 조율해야 할 문제는 많습니다.
문제는 갈등 자체보다 같은 방식의 갈등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계속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은 갈등이 힘들어 대화를 피합니다. 상대가 피할수록 한 사람은 더 강하게 이야기하고, 압박을 느낀 사람은 더욱 멀어집니다.
처음에는 작은 문제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은 항상 그래”, “말해봐야 소용없어”라는 말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누가 옳은지를 가리는 것보다 두 사람 사이에서 무엇이 반복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일 수 있습니다.
■ 대화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상처가 되고 있다면
“이야기하면 할수록 더 싸우게 돼요.”
이것 역시 부부상담을 고려해볼 수 있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대화를 시작할 때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지만 어느 순간 비난과 방어가 반복됩니다. 과거의 잘못까지 꺼내게 되고,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대화를 끝냅니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 부부는 점점 대화를 피하게 됩니다.
말하지 않는 것이 편해지고, 필요한 이야기만 나누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싸움이 줄어들었지만 두 사람 사이의 정서적 거리는 오히려 멀어질 수 있습니다.
갈등이 많다는 것 뿐 아니라 더 이상 갈등조차 하지 않는 관계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함께 있지만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부부갈등은 반드시 큰 싸움으로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같은 집에서 생활하고 아이를 함께 키우며 일상적인 대화도 하지만, 어느 순간 배우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사람에게 말해도 이해받지 못할 것 같아요.”
“부부라기보다 그냥 같이 사는 사람 같아요.”
이런 마음이 오래 지속된다면 부부 사이의 정서적 연결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부상담은 갈등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 관계를 흔드는 큰 사건이 있었다면
때로는 부부가 평소의 방식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신뢰를 크게 흔드는 사건, 별거와 이혼에 대한 고민, 경제적 위기, 자녀 문제, 원가족과의 심각한 갈등, 질병이나 상실처럼 부부관계 전체를 흔드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건 자체를 해결하는 것만큼 그 사건을 경험한 두 사람의 감정과 관계를 함께 다루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특히 감정이 매우 격해져 있을 때는 두 사람만의 대화가 오히려 갈등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상담이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이혼을 생각할 때만 받는 상담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부부상담을 관계의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담은 마지막 선택이 아니라 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결혼을 앞둔 커플이 서로의 성격과 가치관, 원가족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상담을 받을 수도 있고, 큰 갈등은 없지만 더 건강하게 소통하고 싶은 부부가 상담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이미 이혼을 고민하고 있는 부부에게도 상담은 반드시 관계를 유지하도록 설득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두 사람이 현재의 관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관계를 회복할 것인지 혹은 다른 선택을 할 것인지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언제 상담을 받아야 할까요?
명확한 기준이 하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계속 반복되고 있는가?’
‘배우자와 이야기하는 것이 점점 어렵거나 두려워지고 있는가?’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보다 비난하거나 포기하는 마음이 커지고 있는가?’
‘함께 있지만 정서적으로 혼자라고 느끼는가?’
‘우리 두 사람의 힘만으로는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겠는가?’
여러 질문에 마음이 머문다면, 반드시 관계가 심각해서가 아니라 관계를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상담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부부상담에서는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판정하기보다 두 사람이 어떤 관계를 만들어왔는지, 갈등 속에서 각자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그 행동 뒤에는 어떤 감정과 바람이 있는지를 함께 살펴봅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바꾸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관계 속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싶은지도 생각해봅니다.
관계가 완전히 무너진 뒤에야 상담을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바로 그때가 부부상담을 시작해볼 수 있는 때입니다.
비:마인드는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는 동시에 관계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각자가 자신으로 존재하면서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도록 돕고자 합니다.
나로서 존재하는 곳, 비:마인드 심리상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