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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가까우면서도 나로 살아가는 법

· 이승혜 센터장

가족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관계입니다. 기쁠 때 가장 먼저 생각나기도 하고, 힘들 때 가장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쉽게 상처받고, 감정적으로 흔들리기도 합니다.

  • “왜 내 마음을 몰라줄까?”

  • “가족인데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 “내가 조금만 참으면 괜찮아지겠지.”

가족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종종 상대의 기대와 감정에 맞추다 자신의 마음을 뒤로 미루기도 합니다. 반대로 너무 힘들어지면 관계에서 멀어지거나 마음의 문을 닫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가족과 잘 지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 가까운 관계일수록 나를 잃기 쉽습니다

가족은 서로의 감정에 많은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한 사람이 불안하면 다른 가족도 함께 긴장하고, 한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만으로도 집안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특히 갈등이 생기면 우리는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더욱 민감해집니다.

상대방이 화를 내면 나도 화가 나고, 상대방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때로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 내가 원하는 것을 포기하거나, 반대로 상대방을 변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설득하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관계가 중요해질수록 오히려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지’를 놓치기 쉽습니다.

■ 건강한 거리는 멀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과 적절한 거리를 둔다는 말을 들으면 가족에게 무관심해지거나 관계를 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거리는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나를 잃지 않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되 그 감정을 모두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가족의 기대를 존중하되 나의 생각과 선택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 의견이 다르더라도 관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두려움 없이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건강한 관계의 중요한 모습입니다.

가족치료에서는 이러한 능력을 ‘자기분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자기분화가 잘 이루어진 사람은 가족과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이 아니라, 가까운 관계 안에서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구분하고 자신의 중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 관계를 바꾸기 전에 나를 바라보는 것

가족 문제로 상담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 “남편이 조금만 달라지면 좋겠어요.”

  • “아내가 저를 이해해주지 않습니다.”

  • “부모님 때문에 너무 힘듭니다.”

  • “아이만 변하면 우리 가족은 괜찮아질 것 같아요.”

물론 관계에서 상대방의 변화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담에서는 상대방을 변화시키는 것만큼이나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봅니다. 나는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반응하는지, 상대방의 감정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무엇이 두려워 말하지 못하는지, 반복되는 관계의 모습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천천히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질문을 바꾸어 갑니다.

'저 사람이 왜 저럴까?'에서 '나는 이 관계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로 말입니다.

■ 나로서 존재한다는 것

나로 살아간다는 것은 내 생각만 고집하거나 가족과 거리를 두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나의 마음을 살피고, 상대방을 배려하면서도 나의 욕구를 무시하지 않으며,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관계를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가족과 가까우면서도 나로 살아가는 것은 한 번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익숙해진 관계의 방식에서 벗어나 나의 감정과 생각을 알아차리고, 조금씩 다른 선택을 연습해 가는 과정입니다.

상담 역시 누군가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과정이라기보다, 자신의 삶과 관계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함께 걸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마인드 심리상담센터는 관계 속에서 나를 잃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해하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해 갈 수 있도록 함께하고자 합니다.

나로서 존재하는 곳, 비:마인드 심리상담센터